'아내 와 엄마'

우리나라에서 태어나 교육받고 자라서
우리나라 여성과 결혼하여 자식 낳고 서울에서
잘 살고 있는 중년 서양인의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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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국 여성은 누구나 결혼을 두 번 하는 것 같다.
한 번은 물론 자기 남편하고 하고
또 한 번은 자기 자식하고 결혼하는 것처럼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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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나라 아내들은 일반적으로 자식이 생기면
남편보다는 아무래도 자식에게 쏟는 사랑과 정성이
지극하고 극성인 것을 보고 그렇게 말한 것이 아닌가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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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 부부가 함께 식사하는 자리에서
한 친구가 이런 하소연을 하는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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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내가 우족탕을 끓여 놓았기에 그걸 한그릇 먹자고
했더니 이건 둘째 아이가 온다고 해서 준비한 것이니
그 애가 온 뒤에 먹을 거니까 손도 대지 말랬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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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친구는 아내의 그런 응대에 퍽 섭섭했었다면서
아무리 둘째 애를 위해 끓여 놓은 것이지만
먼저 남편에게 한 그릇 떠주면 안 되느냐고,
새삼 친구 앞에서 아내에게
투정까지 부리는 것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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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친구의 아내는 입장이 몹시 난처해졌다.
그런 이야기를 폭로하는 남편이 정말 많이 미웠을 것이다.
그리고 남편과 자식의 역학관계와 애정관계와 같은 복잡한
상황을 우족탕과 관련지어 남편이 납득이 갈 수 있게
말로 설명하기는 아마 불가능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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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편 큰 애는 가끔 티샤쓰나 점퍼 등과 같은 옷을
선물로 들고 오는 경우가 있다.
그 럴때마다 아내가 그 선물을 미리 세밀히
심사하고 검수한 후에 이것은 아버지보다
네 동생에게 더 어울릴 것 같다며,
엄마의 막강한 권력을 동원해
나에게 그 선물 접수를 포기하도록
강요하는 경우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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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경우 공포의 엄마 권력에 승복하여
'허허'웃으며
아내의 결정에 순순히 따르는 편이다.
그리고 선물을 들고 온 큰 애와는 서로 눈을 마주치며
어이없는 웃음을 교환하곤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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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세상에 이런 말이 떠돌아 다닌다고 하는데
"자식이 결혼한 후에 그 며느리의 남편이
아직도 자기 자식인 줄 알고 있는 엄마는 바보"라는 것이다.
우리나라 여성들은 대개 자식이 생기면
남편보다는 자식에게 더 지극한 사랑과 정성을 다 쏟아
붓고 있는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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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지금은 서양문물이 이강산을 완전히 뒤덮었고
요즘 세상은 자식이 결혼하면 제 아내 하나를 돌보기도 벅차다.
물론 고마운 엄마의 은혜를 잊지 않고 자상하게 챙기며
효도를 지속하면 더없이 좋겠지만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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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내이고 엄마인 여성들은
자식이 성장하면 그 아이들에게 지금까지 바쳐온
엄마의 사랑과 정성의 온도를 점점 식혀야 할 것이다.
그리고 그동안 소홀했던 아내의 사랑과 정성의 아궁이에
다시 불을 붙이시는게 필요하고
현명한 처사라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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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내의 손발이 되어주고 잔소리를 들어주고
가려운 등 긁어주고 무거운 짐 들어주고
함께 웃고 울어 줄 사람,
길동무 해주고 말 벗 되어줄 사람은
자식이 아니고 바로 남편이라는 것을
절대로 잊지 말고 착각도 하지 말아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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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기국 끓이거든 건데기 많이 넣어 남편부터 퍼주고
생선을 굽거든 제일 좋은 토막은
이제 자신의 접시에 놓고,
그 다음 토막은 남편에게 주고,
나머지 토막을 자식에게
배분하는 게 좋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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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직도 계속해서 남편 방은 냉방으로 식혀 둔채
아이들의 방에만 계속 불을 때고 있다면 반드시 후회할 것이다.
부디 "내가 저를 어떻게 키웠는데..."라고 중얼거리며
눈물 흘리고 서러워하는 일이 없으러먄
엄마의 온도는 낮추고 아내의 온도를 높이면
후회는 하지 않으실 것이 틀림없을 것이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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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편을 황제로 만들면 아내는 황후가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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